나의 신민당 입당은 평화적인 민주화의 소명을 안고 있는 신민당의 역사적 책무를 더불어 함께 지기 위함입니다.
그 방향은 민주화요, 그 방법은 평화적인 민주주의의 창도를 요구하는 국민적 결단으로서의 2.12총선의 민의는, 독재권력에 의하여 참담하게 거부, 유린되고 있습니다. 민주화에 대한 전망은 2.12총선 당시의 원점에도 서있지 못한 것이 오늘의 솔직한 현실인 것입니다.
독재권력은 기만과 폭력으로 총선 민의를 왜곡, 도전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여 평화적인 민주화 쟁취를 위한 새로운 결의와 민주정치역량의 결집과, 투쟁력의 제고가 지금처럼 절실한 적이 일찍이 없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던져 민주화 투쟁에 힘을 보탬으로써 민주정치역량의 단합과 민주화 투쟁의 효율적 수행에 솔선하고자 신민당에 입당하는 바입니다.
나의 신민당 입당은 신민당 전당대회에서의 김대중 동지와 나에 대한 고문 추대 결의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형식이 되겠지만, 그러나 나는 아무 조건이나 사심없이 입당하는 나의 결의와 충정을 국민과 당원 앞에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나는 나의 신민당 입당이 민주화 투쟁의 전열 정비와 단합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의 신민당 입당은 단지 하나의 절차일 뿐, 나와 내 주변, 또는 민주화 투쟁의 궤도에 하나의 변화도 의미하지 않는 것임을 명백히 합니다. 다만 민주화추진협의회와 신민당과의 유기적 연대와 통일적인 민주화 투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순수 재야 민주역량과의 효율적 연계가 민주 진영 내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반독재 민주구국투쟁의 지도자이자 오랜 동지인 김대중 의장과의 협력과 동반관계는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 정권의 나와 김대중 동지 사이의 분열.이간공작, 민주진영 내부의 교란공작, 신민당 의원에 대한 정치 음모적인 기소와, 신민당 내부에 대한 음험하고도 비열한 분리공작이 나의 신민당 입당과 관련하여 더욱 가열될 것이며, 실제로 나는 그러한 공작의 진행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신민당 입당을 방해하고, 그 의미를 훼손케 하려는 졸렬한 의도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것을 크게 괘념하려 하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우리가 염려하고 우려해야 할 것은 한 개인의 안부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의 총체적 행복과 운명입니다.
2.12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절절한 호소, 곧 민주화에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그 민주적 열망을 짓밟고, 방종과 오만, 독선과 기만성을 드러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인도의 네루는 그의『세계사 편력』에서 프랑스혁명을 설명하면서 그 이후의 방향은 결코 돌이켜질 수 없는 것이었다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12총선에서 제시된 역사의 방향은 결코 거슬러지거나 묵살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거스른다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은 4.19혁명이나, 78년 국회의원 총선거의 의미를 배반한 결과로 나타난 부마사태와 10.26사태에서 우리는 그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민의가 제시한 평화적 혁명에의 요구를 거부할 때, 폭력적 사태 또는 그러한 욕구는 불가피한 현상인 것입니다.
명백히 제시된 역사의 방향, 그 절실한 국민의 호소와 열망을 배반, 외면하는데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미 지난 해에 광범위하게 제기된 바 있었습니다.
하늘의 뜻만 믿고 살아온 농민이 소를 앞세우고 전개한 처절한 시위와 절규가 그것이었으며, 더 이상 어쩌란 말이냐는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함성이 그것이었으며, 이 세상 끝으로 뿌리뽑히기를 거부하는 도시 이주민들의 울부짖는 몸짓이 또한 그것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세속적 욕망의 길을 자신의 결단으로 포기하고, 민족과 내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하여 자신을 버리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애국청년학생들의 양심과 정의의 목소리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호소와 항의에 대한 현 정권의 대응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것처럼, 한 정권이 어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에게 차마 어찌 저럴 수 있을까 하고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할 만큼의 파렴치하고 잔혹한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용공조작을 비롯, 전 민청련 의장 김근태씨 및 기획실장 이을호씨에 대한 살인적인 고문행위, 실천문학에 대한 폐간과, 창작과 비평사에 대한 등록취소조치, 다반사로 저지르는 불법적인 연금과 비겁한 정치보복조치로서의 구류처분의 남용, 자율적인 노사간의 대화를 통한 분규수습에 공권력을 개입시켜 노동자에 대한 대량투옥을 일삼는 것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참혹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이와같은 비극의 악순환은 현 정권의 대오각성에 의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금년에도 계속되어질 전망입니다. 작년부터 언론인에 대한 연행과 보복사태, 농민의 합당한 요구에 대한 보복적 구속, 문익환 목사 등에 대한 구류조치 등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금년은 끝 간 데 없는 갈등과 분열, 미움과 적대로 얼룩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하루하루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의 모든 분야에서 쌓이고 쌓인 경화증세가 더 이상 은폐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대내외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경기 침체 위에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특히 미국의 전자제품, 신발, 앨범 등에 대한 수입규제와 금융.보험업 및 농축산물의 개방압력은 가뜩이나 취약한 국민경제의 자립적 기반을 파괴할 위험과 함께 농촌경제를 파탄에 빠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정치, 남북대화, 외교, 경제의 제부문에 있어 비전도, 원칙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지지의 결여와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현 정권의 초조감이 어떠한 형태로 발현될 것인지 뜻있는 국민이라면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족문제 또는 국민전체의 권익과 직결된 문제를 정정당당한 국민적 합의로 대처하지 아니하고, 단지 한 정권적 입장의 결탁, 또는 정권안보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결의하는 것처럼 위험하고 반민족적인 일은 없습니다. 농민의 한맺힌 절규와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대접에 대한 요구, 그리고 도시빈민들의 생존권의 울부짖음을 단지 정치차원에서 대처하는 것 자체가 현 정권에게는 오직 정권의 유지와 강화에만 모든 목적이 있고, 또 모든 정책수단이 동원될 뿐, 민족도 국리민복도, 나라의 긍지도 존엄도 이미 안중에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에게는 불법적인 한은특융(韓銀特融)을 해주면서도, 1천만의 농가부채를 탕감 또는 유예해 달라는 호소는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