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대역전 드라마, 위대한 민권의 승리


대역전 드라마, 위대한 민권의 승리


    기표는 진행중인데 복도와 화장실은 마지막 작은 단합대회 같은 비밀 회의가 숨가쁘게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도로(徒勞)라는 낱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저렇게 가벼운 소신이라면 돈 받고 꼼짝 못하게 벌써 묶여 있을텐데 하는. 그러나 뚜껑을 열자 소신은 따로 있었지 않은가. 정당의 집회란 원래 그런 것이며 그래야 정당 집회다운 것인지 모른다. 목욕하고 이발한 말쑥한 차임으로 중학생 수학 여행 떠나듯 하는 모임이 정당의 전당대회라면 그 침묵의 행렬에서 우리가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언뜻 보아 대단한 덩치의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나 잘 어울리는 집합 장소 같은 그 곳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그들을 묶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활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니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적어도 민주적인 방식에의 승복은 위대한 전진에의 보폭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 (중략)

    나는 예상 밖의 대역전 드라마를 감격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9회 말 역전극이라는 운동 경기가 있다지만 그 순간 아무도 거기에 비기려 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페어 플레이. 승자는 관용, 패자는 승복이라지만 이 드라마는 경기결과처럼 될 것같지 않으며 그렇게 얼버무려서도 안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도 '접시 물의 반란' 정도로만 평가절하한 패배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체험으로 깨닫게한 것이 그 날의 모든 사람들이 얻은 소득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 아니었을까. … 이 점을 승자는 '위대한 민권의 승리'라고 표현하여 떠나갈 듯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민주 회복의 새 시대가 마침내 열렸음을 믿자고 그는 선언했다. "새로운 김영삼으로 새 출발함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 너무 격앙하여 기표소에 들어가 주먹을 치며 우는 대의원이 있었다. 그러다간 튀어나와 손바닥이 깨지도록 박수치는 대의원이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이번 신민당 전당대회는 한 마디로 희망이었다.

    어쨌든 1970년대를 마지막 보내며 개최되는 최대의 희화적인 쇼를 구경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마지막에 뒤엎은 제1 야당의 당 대회는 분명히 역사적인 의미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뭔지는 모른다고 나는 우선 말해 두겠다. 그러나 이철승 씨가 아니고 김영삼 씨가 당수가 된 것이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른 것일까.작가의 방청기대로 대회는 민심을 반영했다.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 정치에 거는 기대, 나는 이 국민을 저버리지 않을 것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