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여일 동안의 탄압정치의 작태를 볼 때, 한 때는 우리 신민당에 폭력배를 난입시켜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당원과 취재기자를 무차별 구타하고 잠자는 YH 여공 김경숙 양을 끌어내다 죽게 하였습니다.<민주전선> 문부식 주간, 김덕룡 비서실장, 이수남 청년국장 등을 구속하고 그밖에 수십 명의 당 간부를 구속하거나 수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사법부를 동원하여 동서고금의 역사에도 없는 야당총채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렸으며, 그래도 부족하여 오늘의 이같은 제명이라는 다수의 폭력을 입법부에서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공화당 정권이 선거에서 1.1%를 이긴 야당 총재를 의회에서 추방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추방하는 것이며, 의회 정치의 조종(弔鍾)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19년이라는 긴 세월을 집권해오면서 철저한 독재와 부정부패를 해온 공화당 정권이 불과 100여 일의 민주주의 투쟁에 정권보위의 위협을 느껴 이와 같은 비열한 짓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나는 분명하게 선언합니다.나는 나에 대한 제명은 완전 불법이므로 영원히 승복할 수 없으며, 제명을 열두 번 한다고 하더라도 여당이 내세운 '징계사유'는 어느 한 구절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탄압이 있다 하더라도 민주회복을 향한 우리의 목표는 중단될 수 없으며,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신념과 소신은 바꿀 수 없습니다.공화당 정권은 자유당 정권도 감히 하지 못한 폭거를 자행함으로써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역사 속에 범했으며 그것은 머지 않아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나는 25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4반세기 동안 이 나라 헌정사의 현장에서 반독재, 민주수호에 몸바쳐온 사람으로서 의회를 떠나게 된 지금 이 순간의 심경이 착잡하지 않을 수 없으나 오늘의 정치적, 시대적 상황에 있어서 공화당 정권의 말기적인 발악에 의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민이 준 국회의원 자리를 박탈당하게 된 이 사실을 역사가 준 영광스러운 훈장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것이 민주시대를 위한 더욱 영광스러운 과업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십자가를 질 것을 각오합니다.
나는 의회정치 속에서 자란 의회주의 신봉자로서 4.19와 5.16을 목격, 체험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에 정치보복 없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참된 민주정치를 심는 데 최대의 투쟁을 해왔고, 또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동안 폭력정치에 비폭력으로 대응하면서 선거에서 불신임당한 공화당 정권은 정권 이양 준비를 갖추라고 촉구해왔는데 이와 같은 나를 혁명주의자인 양 모함하다가 마침내는 이와 같은 엄청난 정치보복을 가한다는 것은 나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이 나라의 불행이며, 나라의 장래를 심히 우려케 하는 중대사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나는 이미 나라와 국민,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에 대해 저 절두산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것입니다. 나는 오늘의 이 수난을 민주투쟁을 위한 순교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나는 분명히 밝힙니다.나를 아무리 의회에서 축출하고 아무리 감옥에 가둔다 해도 민주회복을 위한 나의 소신, 나의 철학, 나의 시국관까지 축출할 수 없고 감옥에 가둘 수 없습니다.공화당 정권은 나를 의회에서 축출하고 또 나를 감옥에 가둔다고 하여 민주회복을 향한 국민의 열기가 식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민주회복의 길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공화당 정권은 19년이란 장기집권을 하여 노쇠한 나머지 그 기능이 마비되어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여 민심의 소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정권이 잠시 동안은 민심을 외면할 수 있어도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는 영원하지만 정권은 유한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화당 정권이 아무리 힘의 정치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떠나버린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있기 때문에 나는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성경 말씀에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마라.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단합된 모습으로 강력하게 투쟁하여 주신 데 대하여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전국의 모든 당원 동지와 전국의 모든 국민들의 투쟁과 성원에 감사를 보냅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단합된 힘으로 싸워나갈 때 민주주의의 새벽은 머지 않아 찾아온다고 확신합니다.나는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역사의 대도를 정정당당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당원과 국민,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의 계속적인 협조와 성원을 부탁해 마지않습니다.
(의원직 제명에 즈음하여, 1979년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