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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으나 영원히 산다


오늘 죽으나 영원히 산다


    오랜만에 의원 여러 동지를 한자리에 보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공화당이 이 사람을 국회에서 추방하기 위해 제명하기로 한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나를 제명한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신민당 전체의 문제이며, 이것은 모든 국민과 더불어 중대한 사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라고 봅니다.동시에 나에 대한 제명은 민주주의가 꺼지려 하는 희미한 촛불 속에서 민주주의를 살리려고 하는 마지막의 도도한 투쟁을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발언을 문제삼아 처벌, 제명하겠다는 엉뚱한 짓을 하는 박정권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이것은 자기들이 만든 법으로도 할 수 없는 엉뚱한 짓으로서 영원히 불법이고, 영원히 무법이며, 영원히 승복하지도 따르지도 않을 것임을 말해두고자 합니다.

    나는 국회의원직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비록 공화당이 이 사람을 추방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나의 정치 철학과 민주 회복에 대한 신념마저 추방하지는 못합니다.나를 감옥에 넣어도 나의 신념마저 감옥에 넣지는 못할 것이며, 민주회복의 신념마저 감옥에 넣지는 못할 것입니다.정부와 여당 그리고 정치인은 국민의 무서운 눈초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기둥 삼지 않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신민당과 나의 명제는 '오늘 죽고 영원히 사느냐, 오늘 살고 영원히 죽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나는 비굴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떳떳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워가겠습니다. 이 길만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우리의 배후에는 3,700만 국민의 지지가 있습니다.우리는 공화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야당입니다. 지금도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된 야당의 길을 가느냐, 국민의 저주 속에 잠시나마 평안히 가느냐, 오로지 국민의 지지를 받들어 참다운 용기를 갖고 싸워야 할 시기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소리를 잠시 외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원히 외면하지는 못합니다.대한민국은 한 사람이나 한 정권의 국가가 아닙니다. 3,700만의 나라이며 신민당도 그 일원으로서 신민당원은 신념의 정치인들이 되어야 합니다.우리는 단합해서 정부와 여당의 엄청난 음모에 싸워야 하며, 그래야 만 승리의 날이 온다는 것을 확신합니다.나를 제명하려는 것은 우리 신민당을 제2의 유정회로 만들려는 저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그동안 나의 김일성 면담 용의 발언*이나 YH사태* 등등에서 상이군인을 이용해서 난동을 부리고, 국회의원과 기자들을 무차별로 폭행하고 신민당사를 때려 부수고……. 과연 이 사람들이 법 이전의 법을 지킨 사람들입니까.

    (* 김일성 면담 용의 발언 6월 11일, 서울 외신 기자 클럽 초청 연설에서 김영삼 총재는 '남북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 북한의 김일성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정부 여당에서는 이를 용공으로 몰아 문제삼았었다.* YH사태 8월 7일부터 가발 수출 업체인 YH무역의 여공 5백여 명이 악덕 기업주의 일방적인     폐업에 분노하여 신민당사에 와서 농성하기 시작했다. 8월 11일 새벽 1시 55분 기동경찰과 사복 형사들이 신민당사에 난입하여 농성중인 여공들은 물론 국회의원, 그리고 김총재까지 뭇매를 가하며 강압적으로 끌어냈다. 이때 김경숙 양이 4층에서 떨어져 자살함으로써 독재 정권의 폭거에 항거했었다.)

    문부식 주간, 나의 비서실장, 그리고 많은 당직자들을 차례로 구속했으며, 지금도 80여 명이 그들의 부당한 수배 때문에 당사에 나오지도 못하고 행방이 묘연합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공화당이 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뉴욕 타임즈 회견 내용을 문제삼아 사흘씩 닷새씩 텔레비전을 통해 일방적으로 내용을 만들어 나를 공격했습니다. 공화당과 유정회는 밖에서 내가 한 말을 모두 종합해서 그것을 문제삼아 나를 제명하려는 것입니다. 공화당과 유정회가 바라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내가 발표한 모든 정치 철학을 또 시국관을 모두 철회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명의 이유요, 또한 철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결코 승복하지도 않을 것이며 또 승복해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공화당 정권 19년간의 장기 집권은 완전한 부정, 완전한 부패로 점철되어 있는 것이고, 이제 최후 발악적인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로부터 이제 민심은 완전히 떠났습니다. 권력과 돈만 갖고 정치가 되느냐, 아무도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우리 신민당은 이번 이 계기를 통해 함께 뭉칩시다. 공화당이 총부리를 나의 등에 대고 있는 이 때, 오직 단결로써 싸워나가야 하며, 그렇게 할 때 민주 투쟁이라는 우리의 목표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정의가 우리 편이며 하나님의 보호가 우리와 함께 하며 국민의 지지가 우리에게 있을 때 민주주의는 성취되고야 말 것입니다.나를 제명한다고 해서 민주회복이라는 나의 신념까지 말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합해서 싸워나갈 때 그 승리의 날이, 그 위대한 승리의 날이 온다는 것을 믿으면서, 오늘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난국 타개를 의논하게 된 데 대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분명히 공화당 정권에 대해 충고합니다. 이와 같은 엉뚱한 짓을 계속할 때 무서운 국민의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 의원직 제명에 즈음한 의원총회에서, 1979년 10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