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중단의 위험을 우리가 경고하고도 우리 스스로 경고를 무시한 결과가 되었다. 이보다 더 죄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있을 수 없었다.헌정이 일시 중단됐다거나 연금당했다는 것보다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회한에 더 괴로웠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는 나를 용납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담배와 술을 끊었다. 줄담배였고 술도 밤새워 마실 수 있는 말술이었다. 연금당한 상태서 이것마저 끊는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걸 해내야 나의 결의를 가슴에 새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금이 풀리고도 국민들의 얼굴 대하기가 부끄러웠다. 호텔 같은 사람이 붐비는 곳은 한 동안 가지 않았다. 유신은 야당이 당하고도 국민 앞에 부끄럽기만 했던 패배였다. 그랬지만 망명자가 되지 않고 곧장 돌아온 나의 선택은 나를 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