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의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한다. 개인으로서건 집단으로서건 인간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것을 추구함에 있어서 정치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현실적인 인간의 삶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치는 인간과 인간이 구성하는 전체 사회 유기체의 보다 나은 삶의 조건의 개선을 그 목적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용되는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은 물론,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생존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문화적 생활을 향유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그 누구도, 그 어느 한 순간도 정치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하게 떨어져 살 수는 없다. 세계 각국에서 발행되는 각종의 신문이, 거의 모두가(물론 전문지는 예외이지만) 정치면을 제1면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어떤 것보다 정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는 사실의 반영이다. 나는 서양의 한 위대한 철인(哲人)이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 말을, 인간은 정치와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말로 이해한다. 정치와의 연관은 불가피한 것이며, 정치에의 연관(聯關)을 부정하거나 기피해서도 안된다는 말로 나는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그 철학자의 말에는 인간 자신이 정치의 주체라는 말까지를 함축하고 있다. 아마도 그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보다는 오늘날이 인간의 정치와의 연관과, 정치의 인간에의 영향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전쟁에의 위협이 크면 클수록(전쟁 그 자체가 이미 정치의 산물이요, 정치의 연장이지만)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파괴되고 생존권에 위협을 받게 되지만, 기본적 인권이 짓눌리면 짓눌릴수록 인간은 보다 나은 정치에의 절실한 소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상 우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많은 정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듣게 되는 동네의 스피커에서부터, 그리고 방송에서 나오는 그토록 많은 구호와 선전에서 이미 정치의 보이지 않는 마수(魔手)에 사로잡히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일상과 삶을 지배한다. 지나칠 정도로 우리를 성가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