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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출마 성명서


대통령 후보 출마 성명서


    우리는 지금 분명히 위장된 민주주의 하에 살고 있습니다. 민주 정치의 외형은 있으되 그것은 현정권이 민주 정치를 하는 양 장식하는 겉치레에 불과할 뿐 내실로서의 민주 정치는 이미 빈사 상태에 빠져 그 맥박이 하루하루 식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선명히 의식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씨의 3선 개헌 강행을 통해 이같은 위장 민주주의의 지향하는 바를 뚜렷이 체감한 우리 야당은 빈사상태에 헤매는 민주주의를 기사회생시키는 데 새로운 결의와 각오로 앞장서지 않으면 안되는 사명의 시점에 섰습니다.

    나는 이 중대하고도 심각한 사명의 대열에서 야당의 일원으로서 짙은 의무감과 굳은 결단 그리고 벅찬 희생을 각오하면서 71년 총선거에 신민당이 내세울 대통령 후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외람되나마 사랑하는 당내 동지들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박정권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3선 개헌 강행 이후 오늘의 내외정세를 냉정히 분석하고 수많은 당 내외 동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나 스스로 71년에는 기어코 우리 당을 승리로 이끌고 우리 국민의 위대성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도록 거국적인 민주세력을 집결시키는 막중한 과업에 구심점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화당은 이미 3선 개헌으로 박정희 씨를 사실상 차기 대통령 후보로 결정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약세인 야당으로서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너무나 짧고 그것을 한가한 논란으로 소비하기엔 너무나 귀중하며 상황은 너무나 긴박합니다. 우리는 공포정치에 떨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둠을 저주하고만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둠을 뚫고 광명을 찾을 횃불을 밝혀야겠습니다. 온갖 부조리와 역리를 거부하고 민족의 총화로 새 시대를 밝히는 구원의 횃불을 밝혀야겠습니다.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독재 정권과 싸워온 당원 동지들에게 솔직하게 지지를 호소하여 당내 지명절차를 밟아 박정희 씨에 대한 도전자로서 평화적 혁명의 기수가 된다면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싸우겠습니다. 그리하여 정보정치와 부정부패에 의존하여 장기화된 박정희 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염원인 평화적 정권 교체의 전통을 세워 이 땅 위에 4.19 정신에 입각한 순수한 민주 정부를 기필코 재건하겠습니다. "평화적 혁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자는 폭력혁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존 F. 케네디가 일찍이 말했지만 우리들이 71년에 평화적 혁명을 이룩하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아주 사라지고 말지도 모릅니다.

    나의 이 도전은 위장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민주주의 그것이며, 관권에 대한 민권의 그것이며, 가진 자에 대한 잃은 자의 그것입니다. 때문에 이 도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또 승리하리라는 자신과 신념의 바탕 위에서 이 결단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70년대는 정치적 암흑기가 되고 말 것이고 후세 사가들은 오늘에 사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무능력자, 비겁자라는 낙인을 찍어 기록할 것입니다. 우리 신민당은 71년의 승리를 위해서는 다가오는 전당대회로 하여금 차기 대통령 후보 지명을 겸하게 하고 바로 선거 체제에 돌입, 일사불란한 단결로써 집권의 능력과 용기와 자신을 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줄 믿습니다.

    내외의 여론은 지금 우리 당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폭넓은 문호를 개방하여 재야 민주세력을 총집결하고 대담한 체질개선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60년대 종착점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내외 정세는 70년대가 사상 가장 어려운 시련의 연대가 될 것임을 짐작케 합니다. 모든 시련을 극복하는 데 전제돼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명실상부한 대의 정치의 새 질서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박정희 씨의 3선의 길을 트는 개헌을 막는 데 실패했지만 3선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유보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배움이 적고 덕이 부족한 이 사람이 이 결심을 하게 된 충정에 대해 너그러운 반응과 뜨거운 지지로써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일에는 결단과 용기가 중요합니다. 결단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1969년 1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