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994년 11월 29일은 서울이 우리 겨레의 수도로 정해진지 600돌이 되는 날입니다.

    이 뜻 깊은 날,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400년후 오늘 서울 정도 1000년을 경축할 시민 여러분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돌이켜 보면 서울은 겨레의 수도가 된 이래 600년 동안 참으로 많은 변모를 겪었습니다. 북한산과 한강사이의 조그만 마을이던 서울은 이제 인구 1,100만명을 포용하는 거대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세계 14위의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수도로, 1988년 올림픽을 주최한 도시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올해 민주공화국으로 출범한지 46년밖에 안되었지만, 이 짧은 기간안에 정치적으로나 경이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성과를 거둔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도 세계에서 앞선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으며, 자유·평등·평화와 인간의 존엄성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또한 이러한 인류보편의 가치를 지구상에서 실현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모든 나라들과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고 가정의 가치를 존중하며, 교육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기풍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7000만 전 한민족의 소망인 통일은 아직 이루지 못하였지만,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의 힘으로 머지않아 겨레의 통일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번영하는 조국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온 국민이 "세계에 앞선 나라를 만들자"는 한마음으로 보다 정의롭고 보다 풍요로운 나라, 그리고 통일된 조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간절히 소망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400년 뒤의 서울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또 서울시민들의 삶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600년전 이곳에 도읍을 정한 우리 조상의 질소검박하고, 강건웅혼한 기상과 문화제일주의의 소중한 전통이 연면이 이어져 오늘의 번영하는 서울을 이루었습니다. 나는 400년 후의 서울도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의 기적"을 만든 오늘의 훌륭한 전통을 이어 받아 인류문명과 번영의 찬란한 중심지가 되어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의 우리와 먼 훗날의 여러분은 이처럼 자랑스런 조상과 영광스런 후손의 관계로 천년을 이어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나의 인사를 접하게 될 그 때까지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또한 사라질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서울 600년을 기념하여 이 시대의 삶의 표본을 추출하여 여기 타임캡슐에 담는 것은 1994년의 우리의 모습을 더함도 덜함도 없이 보여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온 시민이 다함께 모여 서울 1000년을 기념하는 축제의 자리에서 여러분은 400년전 조상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담긴 모든 것들이 여러분 모두에게 커다란 기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거듭 여러분에 대한 우리들의 끝없는 사랑을 전하며 민족의 영광이 영속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정도 600년 타임캡슐 매설 메시지, 1994.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