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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길은 민족 번영의 길

통일의 길은 민족 번영의 길



     친애하는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여러분, 7 천만 내외 동포 여러분.

     오늘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가 문민시대를 맞아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평화통일은 7 천만 겨레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우리는 통일을 현실로 만들어 가려는 우리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룩하고, 국민의 의지와 역량을 한데 모으는 막중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헌신해 오신 국내외 1 만여 자문위원 여러분의 노고에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새로 위촉된 제 6 기 자문위원 여러분이 혼신의 힘을 다해 통일조국 건설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습니다. 이번 자문위원 중에는 도덕성과 개혁의지를 갖춘 많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자문위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세계는 이념의 대결에서 경제경쟁으로, 군사적 대립에서 평화의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독 우리 한반도만 해빙과 화해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불명예를 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 천 3 백여년간 ‘1 민족 1 국가’ 체제를 유지해 온 우리 겨레에게 반세기도 안되는 분단은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조국은 반드시 통일되어야 합니다. 분단은 우리 겨레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과 한을 주었습니다. 이제 이 고통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실 없는 통일을 감상적으로 바라서는 안됩니다. 통일 없는 자유가 불완전하다면, 자유 없는 통일은 더 불완전합니다. 통일 없는 번영에 문제가 있다면, 번영 없는 통일에는 더 문제가 많습니다. 통일된 조국에서는 정치적·경제적 자유가 보장되고 복지와 인권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통일로 가는 과정은 민주적이어야 하며, 통일의 길은 바로 민족 번영의 길이 되어야 합니다.

     통일은 먼저 화해와 협력의 단계를 거쳐 ‘남북연합’ 단계로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북연합’ 단계에서 남북간의 교류·협력은 더욱 활발해지고 제도화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간의 냉전구조와 대결 의식은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은 점차 1 민족 1 국가의 통일조국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3 단계 통일 방안입니다.

     자문위원 여러분.

     저는 남과 북이 ‘남북연합’ 단계에 들어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를 위한 통일정책의 세 가지 기조를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민주적 절차의 존중입니다. 새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3 단계 통일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새문민정부는 정통성, 도덕성, 대표성을 가진 민주정부입니다. 이런 정부만이 국민의 자발적 지지를 토대로 통일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민정부가 통일정책을 정권유지에 이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북한 당국도 우리 내부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헛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통성을 지닌 정부만이 민족과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북한 당국은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둘째로, 공존공영의 정신입니다. 남북간의 평화공존은 반드시 공동번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서로 가난하게, 부자유스럽게 공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남북이 다함께 자유와 풍요를 누리면서 공존해야 합니다. 제가 북한을 흡수통일할 뜻이 전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은 바로 이런 정신에서 나온 것입니다.

     셋째로, 민족복리의 정신입니다. 통일은 민족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민족 구성원 모두에게 자유와 복지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통일 민주국가, 이것이 바로 민족 전체의 복리가 구현되는 통일된 조국의 모습입니다. 이같은 민족복리의 가치는 인류보편의 가치입니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민족주의의 가치’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이처럼 열린 세계로 나올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는 결코 북한의 고립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문위원 여러분.

     지금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입니다. 신뢰는 합의와 약속을 지킬 때 생길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은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핵무기를 갖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으로만 쓰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핵시설을 상호사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세계적인 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도, 세계평화도 보장될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북한이 하루빨리 핵무기 개발 의혹을 씻어 냄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국제평화에 이바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지금은 남북대화가 끊어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새정부는 민족공멸의 불행을 막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대화의 문을 계속 활짝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대화가 중단되어서는 안됩니다. 같은 민족끼리 대화를 중단해야 할 문제가 일어났을 때야말로, 대화가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남북관계도 새롭게 전개되어야 합니다. 남북간에 이기고 지는 대화, 어느 일방에게만 유리한 대화는 더이상 있을 수 없습니다. 쌍방 모두가 함께 이기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교류를 점차 확대하고 실천가능한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남북으로 갈라진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소해 주는 노력이 먼저 결실을 거두어야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의 가족재회가 생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이미 인도적 차원에서 이인모 노인의 북한 방문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저는 북한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하여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 줄 것을 촉구합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여러분 !

     휴전이 된 지 올해로 40 년이 되었지만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과거의 포로가 되어서도 안됩니다. 지난날 쓰라린 동족상잔의 경험을 거울삼아 악으로 아름다운 민족 통일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통일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내부적으로 튼튼한 힘을 기르고, 국민 모두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경제를 되살리고,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통일에 대비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가장 분명한 길입니다. 새정부가 내세운 ‘신한국 창조’의 과업은 통일조국의 건설로 완결될 수 있습니다. 통일은 바로 우리 민족이 다함께 이루어야 할 가장 큰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안에 불붙은 개혁의 열기를 결집해 나가는 일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그런 뜻에서 민주평통이 현단계의 통일운동은 바로 개혁운동이라고 방향을 설정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인식입니다. 각 지역과 직능의 대표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평통이 변화와 개혁을 솔선수범할 때, 개혁은 더욱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문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개혁의 선도자 역할을 다할 때 지역사회가 변하고, 일터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의식개혁과 도덕성 회복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통일 실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여러분, 개혁의 대장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리의 개혁은 더 깊고 더 넓게 확산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민주평통이 통일의 주체, 개혁의 주체로서 소임을 다해 줄 것을 거듭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