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여성 지도자 여러분 !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제 30 회 전국 여성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나라의 여성 지도자 여러분이 문민시대와 함께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을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더욱이 국가와 우리 사회를 위해 애쓰신 공로로 상을 타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용신 봉사상을 타신 분의 헌신적인 사랑에 찬사를 보냅니다.
올해의 여성상 수상자 두 분은 그 동안 재야에서 일해 오신 분들입니다. 부끄러운 역사의 아픔으로 남아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라 안과 밖을 오가며 바쁘게 일하고 계신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수상자 두 분의 애국적 열정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여성 지도자 여러분께서는 여성의 지위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소비자 보호, 환경보전, 자원절약 등 건강한 시민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은 여성에게 더 적합한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첨단 정보산업, 지식산업, 과학기술 분야에도 우리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야 하겠습니다.
여성들도 21 세기 변화하는 세계와 문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과학기술에 대한 여성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능력에 맞게 정당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저는 여성의 사회참여와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 년 전에 ‘여성단체협의회’ 초청 간담회에서 여성정책에 관해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 저는 세 명의 여성장관과 한 명의 차관을 임명하였습니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에서 열 아홉 명의 여성동장을 임명하였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여성 파출소장을 처음으로 임명했습니다.
앞으로 여성을 기관장, 또는 부기관장에 임명하는 데 인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여성 공무원에 대한 인사정책을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승진과 배치에 차별을 없앨 것입니다. 지방행정연수원에 여성 초급간부 양성과정을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에 대한 고용차별도 점차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남녀차별 인사제도인 은행의 여자 행원제가 지난 4 월 폐지되었습니다. 제 2 금융권과 30 대 재벌기업의 남녀차별 인사규정도 시정되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성폭력을 예방하고 규제하는 법률이 제정되기를 기대합니다.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저와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제 30 회 전국여성대회의 주제는 ‘2 천년대의 가정’이라고 들었습니다.
UN 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가 내년임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단위이며, 최초의 학교입니다. 가정의 건강은 곧 사회의 건강입니다. 가정의 파괴는 사회의 붕괴를 가져옵니다.
파괴된 가정, 결손가정의 문제가 곧 사회 문제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가정이 파괴되면 그 사회는 안으로부터 붕괴됩니다. 지금 서구사회는 가정의 파괴문제로 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도 그 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21 세기에는 그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건강한 것이 되려면, 가정의 건강을 먼저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가정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여러분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가정이 기초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남녀 사이의 차별의식을 극복하고, 함께 가정을 구성하고, 같이 끌어간다는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대가족일 때보다도 오히려 가족간의 대화가 더 없습니다. 가정 속에서 가족 하나하나가 외톨이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정은 사랑과 믿음, 그리고 대화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로는, 가족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핵가족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친척이나 이웃과 단절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립화와 함께 우리 가족만을 생각하는 가족 이기주의가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이기주의가 만연하면 공동체 의식이 깨어집니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보다 내 가족 나만을 위한 삶이 기승하게 됩니다.
우리는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지향해야만 합니다.
셋째로,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기 때문에 가정교육이 중요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스스로 잔 이불을 개는 습성부터 길러 줘야 합니다. 무조건 귀여워해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자립심을 키워 줘야 합니다.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습관을 길러 줘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질서를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빨간 불이 켜질 때 멈추고, 파란 불이 켜지면 가도 된다는 질서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질서입니다.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의식도 키워 줘야 합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어린이로 키워야 합니다.
가정은 인간을 만드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창의와 능력은 최대한 신장시켜야 합니다.
과학 부문에 일찍부터 눈뜨게 해야 합니다. 컴퓨터 교육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논의가 21 세기의 바람직한 가정상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족문화의 정착에 크게 보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7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와 개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변화와 개혁을 수용하고, 또 기꺼이 고통을 분담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했습니다.
법에 따라 공직자의 재산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금융실명제는 검은 돈을 없앨 것입니다. 놀고먹는 풍조를 없앨 것입니다. 부정한 거래를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깨끗한 부는 그만큼 존경받을 것입니다. 새로운 공직자상을 정립할 것입니다. 돈으로 권력을 사거나, 권력으로 치부하는 지난 시대의 관행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개혁의 중요한 기본 틀입니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진정한 내조는 깨끗한 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번 돈을 바르게 쓰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내조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의식과 생활이 달라져야 합니다. 남성과 함께 여성이 달라져야 합니다.
개혁은 제도와 행정력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습니다. 의식의 개혁, 생활개혁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생활과 의식의 변화는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 의식의 개혁을 통해 신한국의 여성문화를 새로이 정립해야 합니다.
신한국의 여성문화는 그 이전의 여성문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여러분 스스로가 철저하게 인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한국의 참다운 여성문화는, 바로 여러분의 손으로 건설해야 합니다.
공직자의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괜히 불안해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개혁에는 때로 불편과 작은 고통이 수반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해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실명자의 비밀은 절대 보장될 것입니다. 가계를 아껴 저축한 예금은 결코 조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할 것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여성이 이 시대 변화와 개혁의 주역으로서 그 소임을 다해 주신다면, 신한국은 그만큼 빨리 온다고 믿습니다. 그만큼 신한국은 보다 따뜻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신한국은 어머니처럼 사랑의 포용력을 지닌 새하늘, 새땅이 될 것입니다.
여성 지도자 여러분께서 우리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는 일에 새롭게 나서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다함께,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회, 신바람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갑시다.
신한국이 저기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갑시다 ! 대단히 감사합니다.
(1993. 9. 23. 제 30 회 전국 여성대회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