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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무기는 경제실력


최상의 무기는 경제실력


    프랑스의 중공 승인은 이미 오래된 일이거니와 영국의 노동당내각이 성립되고 중공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함으로써 유엔 가입의 가능성이 증대되었다. 우리의 국제위치는 반사적으로 불리해지고 그러한 가운데 남북통일문제는 머지 않아 우리의 현실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결코 당황해서는 안된다. 민주정치질서의 확립과 아울러 꾸준히 경제실력을 기르는 데 국가의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실력만이 공산주의를 이기는 최상의 무기라는 것을 나는 서독에서 보았다.

    특히 서베를린과 동베를린 경계선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의 현저한 차이점에서 벌써 독일에서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승부는 나 있었다. 서베를린은 말끔히 복구되어 아름답게,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져 있으나 동베를린에는 2차대전으로 파괴된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있어 베를린이란 도시가 마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전시장 같은 느낌을 주었다. 서독의 경제력에는 흐루시초프 소련부수상까지 머리를 숙이고 서독방문을 결정했던 바 있으며 유럽공산제국은 다투어 서독과 경제관계를 맺고자 애쓰고 있는 것이다. 서독에서는 통일이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묵묵히 통일로 향해서 전진하고 있다. 유엔에 가입신청도 하지 않고 항상 그들이 주도권을 쥐고 동독과 접촉을 하고 있다. 그것은 서독이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는 것은 월등한 경제력의 배경 때문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백 마디 통일을 부르짖기보다는 1달러의 수출을 하고 1달러라도 더 외자를 도입하여 경제건설을 하는 것이다. 미국도 가급적 가까운 시일 내에 원조를 끊는 방향에서 대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한시바삐 정치를 안정시키고 보다 넓은 국제시장을 개척하여 국제수지를 높이고 가급적 많은 외자를 유치하여 경제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외자를 유치하는 데는 무엇보다 정치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외국인들로부터 들었다. 미국의 몇몇 자본가들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지역에 투자를 했다가 빼앗기거나 골탕을 먹은 사실을 들어 한국의 정치불안이 한국에 대한 투자의욕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만 해소시킨다면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인들도 우리의 개인능력의 우수함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로는 단결을 못하는 집단으로서의 약점도 잘 알고 있었다. 외국인 자본가들은 한국의 교육받은 노동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세계는 노동력 부족에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외국자본을 많이 도입해서 우리의 우수한 노동력을 이용함으로써 경제적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빨리 전진할 때 우리는 2, 3년 내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지만 이 때를 놓치면 보다 험한 위기가 우리 앞에 닥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감했다. 세계는 이제 이데올로기 시대를 지나 실리제일주의시대에 들어섰다. 이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정경분리론이 나와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공산세계에서 교조주의를 지키려 하는 중공도 실리를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홍콩에 머물고 있을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공산당 청년대회에서 중공이 홍콩의 '해방' 결의에 반대한 것은 홍콩이 '해방'되지 않더라도 중공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소련은 이미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사다 먹었고 흐루시초프는 서독접근정책까지 쓰지 않았던가. 영국의 노동당정권이 북한에 통상사절단을 보낼지도 모른다.

    세계는 경제향상경쟁을 벌인 나머지 '돈이면 최고'라는 실리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감정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일본과도 하루 속히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적 실리를 추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물론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타결되어야 하겠지만 아시아에 있어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아야 한다는 높은 차원에서 양국의 경제적 정치적 협력관계는 하루 속히 이루어지는 것이 양국에 함께 이익이 된다는 공통된 국제적 여론에 귀를 기울일 때가 왔다. 이 땅은 우리만이 살다가 죽을 땅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 기어코 무엇인가 남겨야 한다. 조국의 내일을 위해서 우리는 힘찬 전진을 해야겠다. 내일이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