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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된 코리아


망각된 코리아


    북미대륙을 2개월간 여행하면서 나는 비행기를 탈 기회를 많이 가졌다. 나는 낯선 비행기를 탈 때마다 꼭 한번씩 괴로운 질문을 받아야 했다. 정말 괴로운 질문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당신은 일본인이 아니오?"라는 물음이었다. "아니오" 하고 대답하면 그 다음에는 "그러면 중국인이요?" 한다. 다시 "노!" 하면 "그러면 필리핀인이오?" 한다. 다시 "노!" 하면 "그러면 타일랜드인이군" 한다. 이쯤 되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나는 한국인이오"라고 말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안 일어나는 바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인들이 이처럼 한국을 잊었는가 하는 반발심의 발동으로 끝까지 참고 침묵으로 버티어보기 일쑤였다. 끈기없는 친구는 이쯤에서 두 손을 옆으로 벌려 할 수 없다는 시늉을 하고 포기하고 말았지만 끈덕진 친구는 끝까지 캐고 든다. 여기서 또 "홍콩사람이냐?"고 옆길로 가는 데는 정말 기가 막힌다. 그것도 아니라고 하면 그제서야 "옳지, 코리안이군!"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당한 것이 아니다.

    미국사람은 코리안이란 말을 이렇게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미국 정부의 코리아 데스크에서는 물론 그렇지 않지만 아무리 민간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코리아를 이해하지 못할까 생각하니 한 가닥 비애마저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이 미국인을 생각하는 것과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이렇게 거리가 먼 것이다. 미국사람들은 1950년 한국동란이 일어났을 때 그들의 젊은 자제들을 보내어 공산침략으로부터 한국을 구출해주었다. 이 전쟁을 통해 미국은 도합 57만 2천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전사자 33,629명, 기타 사망자 20,670명, 부상자 103,284명이란 막대한 희생을 지불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휴전이 성립된 후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하여 한국이 또 다시 어떤 침략을 받을 때는 미국이 자동적으로 이를 방위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이 밖에 매년 막대한 군사원조와 경제원조를 제공해오고 있는 미국인 것이다. 이러한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국을 미국의 민간인들은 그렇게도 관심권밖에 돌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을 자아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