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공화국의 수상으로는 처음 한국을 찾아 주신 수상 각하와 일행 여러분을 충심으로 환영합니다.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청와대의 첫 국빈으로 각하를 모시게 된 것도 뜻깊은 일입니다. 더욱이 ’86 년 11 월 제가 귀국을 방문하여 각하를 만나 따뜻한 정을 나눈 데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다시 뵈오니 정말 반갑습니다.그때 각하께서 오찬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을 주셨고, 여러 가지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귀국을 방문했을 만 해도 귀국은 동서로 갈라져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그러나 지금 각하께서는 역사적인 독일 통일의 위업을 이루시고, 통일독일의 수상으로서 우리나라를 찾아 오셨습니다.‘역사는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독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신 수상 각하의 탁월한 지도력과 독일 국민의 용기와 지혜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귀국의 통일은 평화적으로 달성된 것이기에 더욱 값지고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국의 통일은 아직도 분단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그러나 저는 준비가 없는 갑작스러운 통일이나 감상적 통일주의가 가져오는 위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통일에 대비,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독일 통일에서 얻었습니다.저는 각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셔서 독일 통일 과정에서 겪으신 귀한 경험을 저에게 직접 설명해 주시고, 또 귀중한 조언을 해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수상 각하.
오늘의 세계는 더 이상 이념과 체제문제로 다투지 않습니다. 냉전체제와 공산주의는 지난 시대의 유물이 되었습니다.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 다원적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경제체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고히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그럼에도 아직 한반도에는 냉전의 대결과 분단이 가시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그러나 우리는 시간의 문제일 뿐, 한반도에서도 냉전의 얼음이 녹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북쪽만이 개방과 개혁의 역사적 요구를 영구히 외면하고 문을 닫은 채로 머물 수는 없을 것입니다.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서도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수상 각하.
저는 오늘 각하와 회담을 통해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우리 두 나라는 모두 전란의 폐허와 국토분단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 용기와 인내로 나라를 재건하고,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공영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처럼 유사한 경험을 공유한 독일을 가장 친근한 우방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우리의 가장 큰 무역대상국이며, 또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약 3 만 명의 우리 재외 국민이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독일의 학문과 예술은 한 세기 전부터 우리 국민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저도 대학시절 독일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임마누엘 칸트의 엄격한 자기 규율정신은 제가 오랜 기간 야당 지도자로서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었던 극기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각하께서는 독일통일에서 한 걸음 나아가, 세계 속에서 존경받는 독일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번영하고 평화로운 하나의 유럽을 실현하기 위해 각하께서 기울이신 노력이 큰 결실을 거둔 것을 경하합니다.
한국은 두번째 평화적 정부 교체를 통해 32 년만에 문민 민주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새정부는 경제와 사회의 활력을 증진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새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보다 안전한 세계, 번영하는 세계를 위하여 기여하고자 합니다.각하의 방한은 같은 이념을 추구하는 한·독 두 나라의 우의 증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귀빈 여러분.
헬무트 콜 수상 각하의 건강과 독일연방공화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그리고 한·독 두 나라의 영원한 우의를 위하여 다함께 축배를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