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평화와 번영의 아·태 시대로

평화와 번영의 아·태 시대로

    밀스틴 총장, 카아 이사장과 이사 여러분, 내외 귀빈, 그리고 아메리칸 대학의 학생과 교수 여러분. 먼저 아메리칸 대학이 올해 설립 100 주년을 맞은 것을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숭상하는 이 대학이 나에게 주신 영예를 나는 각별히 뜻깊게 생각합니다.

    일찍이 윌슨 대통령은 이 학교의 개교식 연설에서 “대학의 가치는 인간을 공포와 무지로부터 해방시키고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이 대학이 배출한 많은 졸업생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특히 공공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 대학의 창설자인 허스트 목사의 비전이 훌륭히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난 100 년간 아메리칸 대학이 이룩한 학문적 업적과 사회적 기여에 경의를 표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지금 세기적인 대변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냉전의 질서가 퇴장을 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구는 더욱 좁아지고, 국경의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류문명이 탄생하고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역사의 새로운 무대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서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중심적 역할을 계속 맡고 있는 미국이 태평양의 이 편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력을 가진 일본이 있습니다. 광대한 국토와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의 거대한 경제적 잠재력이 있습니다. 가장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신흥 공업국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모여 있습니다.

    이 지역의 나라와 민족을 갈라놓았던 태평양은 이제 대양이 아니라 해협이 되었다고들 말합니다. 이 해협을 통하여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져 서로의 발전을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앞으로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난 5 월 서울에서 열린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회의에서 ‘포괄적 아시아·태평양 협력체’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것은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7 월 일본과 한국 방문시 제시한 ‘태평양 공동체’ 구상과 그 맥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저와 클린턴 대통령의 구상은 모두 동아시아와 북미를 잇는 태평양 경제공동체의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주 시애틀에서 열린 APEC 지도자 회의는 바로 이 구상을 실현해 나가는 아주 성공적인 첫걸음이었습니다. 나는 APEC 이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해 나가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나는 한·미간의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의 유지와 발전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미간의 우호관계는 100 여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19 세기 말엽에서 20 세기 초반의 개화기에 미국의 선교사들은 한국에 근대적 문물과 교육을 제공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은 피를 흘리며 싸워 한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냈습니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왔습니다.

    40 여 년에 걸친 평화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웠습니다. 한국은 빈곤을 퇴치하고 신흥공업국의 선두에 나섰으며, 오랜 권위주의 통치를 마감하고 문민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한국의 경제개발, 정치적 민주화는 오늘날 많은 후발국들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척박한 토양에 심은 미국의 이상이 이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은 사례를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8 대 교역 상대국이며 일곱번째로 큰 미국 상품의 시장입니다. 우리 두 나라는 매우 균형된 무역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을 도와 월남전에서 같이 싸웠습니다. 한반도에서 아직 안보에 대한 위협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소말리아에 평화군을 파견하여 미국과 함께 세계평화를 위해 뜨거운 태양 아래 땀흘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한 주한미군이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한 클린턴 대통령의 지난 7 월 한국방문 때 공약을 한국 국민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추구하는 동반자입니다.

    100 년에 걸친 협력관계, 40 여 년에 걸쳐 발전해 온 한·미 동맹관계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열어 나가는 중심 축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지금 광범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권위주의 통치가 남긴 온갖 병리현상을 극복하고, 정부와 정치의 투명성과 민간의 자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개혁입니다. 사회 각 분야의 민주화를 이루고, 우리 국민의 의식과 한국 사회의 규범을 국제화하기 위한 개혁입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외적으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과 경쟁의 원칙을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의 개혁은 국제화 시대,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작업이기도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개혁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나는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도 반드시 성공해서, 세계가 필요로 하는 미국의 건전한 지도력이 강화되기를 기원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 국민은 앞으로 또 하나의 큰 과제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달성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30 년 전 케네디 대통령이 바로 이 대학에서 행한 중요한 연설, ‘평。를 위한 전략’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침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 30 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로서, 오늘 오전 나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고인 묘소를 방문하여 경의를 표한 바 있습니다.

    냉전체제가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케네디 대통령은 홀로 소련과의 데탕트의 가능성을 예견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정책을 제시한 것입니다.

    나는 오늘 당시의 미·소 관계와 오늘의 남북한 관계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 소련간의 경쟁이 막을 내린 것처럼 남북한간의 경쟁도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을 비롯한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나는 북한이 IAEA 에 의한 모든 사찰을 즉각 수락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에도 성실하게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북한은 핵의혹을 해소하고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인 개방과 개혁에 참여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해 나는 취임 초 고립정책이 아닌 참여와 협력의 정책을 취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에 대하여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남북한 관계는 급속한 진전을 이룰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맞이하여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훌훌 털어 버리고 희망과 약속의 미래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해야 합니다.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아침이 마침내 진통을 극복하고 밝아올 것을 나는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메리칸 대학이 지난 2 월 존경하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으로 개교 100 주년 행사를 시작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나에게 학위를 주는 것으로 개교행사가 대단원을 맺게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나에게 이 영광스런 자리를 마련해 준 아메리칸 대학과 미합중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993. 11. 22. 아메리칸 대학 박사 학위 수여식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