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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송(頌) - 1


어머니 송(頌) - 1


    나는 모든 외부와의 연락과 통신이 차단된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전 과정을 텔레비전을 통하여 지켜보았다. 달리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보니 라디오와 텔레비전, 그리고 신문은 유일한 정보원(情報源)이었다. 라디오와 신문의 경우, 보도된 기사나 뉴스 외에 글자나 말로 표현되지 아니한 행간(行間)의 의미를 캐는 것이 최근 우리가 신문과 라디오를 보고 듣는 습성이 되어 왔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의 선거과정이야 있는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고, 보도되는 내용이야 행간 없이도 사실이었을 터이다. 더욱이 AFKN 방송이 있으니 그 진실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텔레비전을 통하여 선거결과의 개표 도중 카터가 레이건에게 자신의 패배를 솔직히 인정하고 축하의 전문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미국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카터가 자신의 패배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자신의 패배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자칫 한 나라, 그것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의 국정을 짊어졌던 사람으로서는 너무 나약하지 않느냐는 평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이라고 해서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으로부터 초연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추위와 더위, 그리고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인간들인 것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으로부터 초연해 있기보다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는다. 나는 카터의 눈물에서 그 나약함보다는 카터라는 한 인간과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인간성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인간의 국가화가 아니라 국가의 인간화를 마침내 추구하고 또 희망하는 것이다.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우리는 국가가 인간을 위해, 인간성의 회복을 위해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과 결합되는 것이다.

    카터가 대통령직을 물러나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여 본 일이 있었다. 4년 전 카터는 당선된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미국의 희망으로서 고향에 금의환향(錦衣還鄕)했으나, 이번에는 패전지장(敗戰之將)으로서,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고향에 돌아간 것이다. 인간적으로 그는 한 위대한 공인(公人)의 입장으로부터 해방되어 한 시민의 자격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홀가분한 기분을 맛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쓸쓸한 귀향이라는 데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TV에서 카터가 고향에 돌아와 그의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화면을 본 것이다. 나는 그 화면을 보면서, 아 그에게는 그를 맞아주고, 또 그가 안길 수 있는 어머니가 계셨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계심으로써, 카터의 귀향은 결코 쓸쓸하지 않았다고 나는 믿는다. 안길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이 있어서 그는 저 패배로부터 오는 고독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큰 위로를 카터는 어머니의 계심과, 그 어머니로부터 받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맞이하는 카터는 전직(前職) 대통령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 실의와 오랜 긴 싸움터에서 돌아온 피곤한 아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카터는 어머니의 품 속에서 어머니에게 돌아와 평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