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돈 많은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


돈 많은 사람이 부끄러운 시대


    오늘 저녁, 세계 각국에서 우리 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공관장 내외분을 이렇게 한 자리에 초대하게 되어 우리 내외는 반갑고 기쁩니다. 또 여러분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대하게 되니 더욱 흐뭇합니다.

    내가 취임하던 날은 쌀쌀한 날씨였습니다만 벌써 4 월 중순, 봄이 깊숙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 각종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우리들의 마음을 한껏 싱그럽고 새롭게 해 줍니다. 봄은 무겁고 어두운 색깔의 옷을 벗게 하고, 밝고 참신한 옷들이 어울리게 합니다.

    금년 봄은 특별히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줍니다. 지난 32 년간 얼어 붙었던 이 동토에 드디어 문민정부를 싹트게 한 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 싹이 잘 자라도록 정성들여 가꾸어서, 좋은 열매를 맺게 해야 하겠습니다. 며칠 전에 있었던 꽃샘추위로 꽃들이 떨어진 것처럼 이 민주화와 개혁의 싹들이 도중에 상하지 않도록 경계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더욱 잘 자라도록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공관장 내외 여러분.

    여러분도 이미 아시다시피 내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국내에는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세차게 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의식변화의 하나는 공직사회에서 돈 없는 사람이 부끄러웠던 시대가 가고, 오히려 돈 많은 것이 부끄러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직사회뿐 아니라 일반사회에도 이같은 의식의 변화가 번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 동안 겪어 보지 못한 분명한 의식구조의 변화입니다.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 권력의 남용 등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와 명예를 함께 가지는 것은 어떤 면에서도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이 시대의 공직자는 모든 면에서 깨끗하고 떳떳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또 이런 모습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 줘야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마디 더 하고 싶은 말은, ‘신한국'에 대한 내 의지입니다. 바람직한 나라를 위해서 관·민이 합심해서 “고통을 서로 나누어 갖자”는 것입니다. 고통의 분담은 단순히 다 같이 고통당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을 나누어 이를 슬기롭게 이겨나가고, 궁극적으로 행복도 서로 나누어 갖자는 것입니다.

    고통분담은 첫째, 부정부패의 추방에서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위에 있는 사람이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할 때, 국민간에 신뢰와 일체감이 형성됨으로써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이런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조도 필요할 것입니다. 돈 모르고 고지식한 남편이라고 나무라지 마시고, 청렴결백하고 강직한 아빠를 추겨세워 주세요. 이런 것이 내가 말하는 ‘신한국’의 남편과 아내상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우리 외교관들이 선진국 외교관들보다 더 사치스럽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한푼이라도 아껴 쓰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공관장 내외 여러분.

    오늘 저녁 내가 너무 부담스런 말을 해 드리는 것 같아서 음식맛이 안 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식사 메뉴도 최근 유명해진 청와대 설렁탕입니다. 어떤 수석 비서관은 청와대 밥 먹다가 영양실조되겠다고 조크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내가 솔선수범하는 한 모습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여러분은 각자 임지로 떠날 것입니다. 임지로 향하는 여러분의 발걸음 걸음에는 온국민의 기대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셔서 주재국의 우리 동포들과 회의에 참석못한 공관 직원 여러분에게도 나의 따뜻한 인사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신한국 창조’를 위하여, 그리고 여러분의 건투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잔을 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