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꼭 1년이 됩니다. 작년 오늘 우리 국민은 그렇게 애타게 바라던「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이땅에 세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이 땅에 만연된 부정과 부패를 척결해 왔습니다.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정성을 바쳐왔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는 권력과 명예를 가질 수 없도록,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이렇게 저는 대통령으로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이 나라의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富와 명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국민과 보다 가까워졌습니다.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 저변으로부터 맑고 건강한 기운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해야 할 목표에 비하면,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그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쌓인 적폐가 하루 아침에 씻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30여년 동안의 퇴적된 부조리가 각종의 사건, 사고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달라져야 할 것은 너무도 많은데, 지난날의 체질과 관행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에게 맡겨진 역사의 짐을 지고, 변화와 개혁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우리가 금년의 국정목표로 설정한 국가경쟁력이야말로, 대외적으로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서, 대내적으로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서만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새해의 국정방향에 대해서는 이미 연두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바 있기 때문에, 오늘은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아직도 국제화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충분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저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100년전, 스스로 국제화를 하지 못한 채, 타율로 개국당했기 때문에, 낙후되어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100년전, 제1의 개국과정에서 범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국제화를 통해 제2의 개국을 능동적으로 실천해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문이 열리는 것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문을 열고 저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외부에 대해서 더 이상 패배주의나, 피해의식을 가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작년의 APEC 정상회담과 미국방문을 통해서, 그것을 절감했습니다. 우리에게는 5천년을 이어온 문화민족의 생명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이루어낸 저력이 있습니다. 문민정부 수립과 개혁을 통해서, 세계속에서 더욱 당당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집시다. 우리에게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무도 우리 민족의 진운을 가로막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로, 공직사회의 혁신을 이룩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해야 할 일부공직자 중에는 伏地不動으로 무사안일과 기회주의에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공직사회의 변화와 활력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방만한 기구와 기능은 과감하게 줄여야 합니다. 쓸데없는 행정규제는 단호하게 철폐해야 합니다. 군림하는 행정이 아니라 봉사하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행정에서도 「적은 비용, 높은 효율」이라는 경영개념을 도입해야 하겠습니다.
셋째로, 정부는 경제활성화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보다 강하게 추진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정의와 균형발전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타결을 계기로 농어촌에 애정과 정력을 쏟는 것도 정부의 이와같은 의지의 표현입니다. 정부는 살기좋은 농어촌 건설을 위해 재정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집중 지원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농어촌에서도 개방화의 도전에 대비한 새롭고 창조적인 영농활동이 전국 도처에서 서서히 움트고 있음을 저는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경제도약을 위해 다시 한번 노사화합을 호소합니다. 사용자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의 場인 노동현장을 신바람나는 일터로 만드는데 성의와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자기 종업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근로자는 생산성과 기술수준을 높이는데 노동운동의 목표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임금인상만이 노동운동의 목표일 수는 없습니다. 국가경쟁력과 양립하는 노동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소득분배의 개선, 그리고 사회보장의 확충에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勞·使·政이 건강한 3위 일체가 될 때,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넷째로, 오늘의 문민정부는 어제의 권위주의 정부가 아닙니다. 도덕성과 정통성을 가진 정부입니다.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통로와 방법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투쟁이 정당시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민이 스스로 선택한 문민정부 아래서는 불법과 폭력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한번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폭력과 무질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1차적인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저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충고는 겸허하게 수용할 것입니다. 과거와 같은 갈등과 대결의 여·야 관계대신에 야당이 진정한 개혁의 파트너가 되기를 저와 우리 정부는 소망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 공동체의 정의, 공동체의 내일을 위해 진지하게 고뇌하고 토론하는 창조적 여·야 관계를 우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로워야 합니다. 개혁을 솔선하는 사람이 개혁에 대해서 말할 때 설득력이 있습니다. 진실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참다운 개혁의 파트너요, 개혁에 대한 충정어린 충고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분야의 개혁입니다. 정치가 후진성과 비능률의 수렁에 빠져 다른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 우리는 국력을 극대화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이 땅에서 하루속히 깨끗하고 생산적인 정치가 구현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것을 위한 제도개혁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국민과 더불어 기대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역사와 민족이 저에게 맡겨준 책무를 다하여,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전심전력을 다하겠다고 국민앞에 약속했습니다. 저는 그러한 저의 약속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특히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수용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북한의 핵문제는 7천만 민족의 생존문제일 뿐 아니라, 통일을 영원히 가로막을지도 모르는 걸림돌입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면서도, 동시에 극한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갈등어린 고뇌를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남북간의 진실한 대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저는 남북 共存共榮의 차원에서 우리의 기술과 자본을 토대로 제조업과 농업, 건설, 에너지 분야에서 남북경제공동개발을 서두를 용의가 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해두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역사와 국민, 그리고 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한점 부끄러움 없는 깨끗한 도덕성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성원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는 저의 모든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 사심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합니다. 저는 30년 이상되는 민주화의 험난한 길을 오직 위대한 우리 국민 여러분에 대한 신뢰 하나만을 가지고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저와 더불어 국민이 이 땅에 문민정부를 세울 수 있었듯이, 저는 국민과 더불어, 신한국 창조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 저의 소망이요, 꿈입니다. 신한국은 저의 꿈이자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7천만의 꿈은 7천만의 힘으로 반드시 이룩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국민의 땀과 눈물과 열정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저는 오로지 조국의 영광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며, 신한국을 향해, 그리고 세계를 향해 땀흘려 일하겠습니다.
지금 이 땅은 지층 깊은 곳으로부터 봄 기운이 약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오늘, 우리는 새로운 결단으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민족진운의 새 봄을 활짝 열어나가야 하겠습니다. 봄은 그것을 찾아나서는 사람의 몫입니다. 우리 모두 민족사의 새 봄을 열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문, 1994.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