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러분!나는 부끄럽게 살기 위하여 나의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앉아서 죽기보다는 서서 싸우다 죽기를 위하여 나는 나의 단식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현 정권이 나의 단식을 중단케 하기 위하여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그들이 인도적이어서가 아니라, 나와 튼튼하게 연대하고 있는 민주국민의 결사적인 민주항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 곰의 죽음이 대서특필되면서도 한 나라 야당지도자의 오랜 연금과 단식투쟁 사실이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는 언론상황 속에서 입과 입, 손과 손,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된 단식사실의 전파와 더불어, 민주국민의 뜨거운 열정과 연대를 그들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여러분!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결심했던 몸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으로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그 고통과 고난의 맨 앞에 설 것이며 그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것입니다. 나는 광주사태에서 희생된 영령과 조국의 제단에 자신을 던진 현충의 넋,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청년학생들의 투쟁과 고난을 생각하면서 그 고난의 맨 앞의 일부를 나 자신이 떠맡기 위하여 민주투쟁의 최일선에 설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서약하는 바입니다. 민주화를 위하여 내가 먼저 가야할 곳이 감옥이라면, 나는 기꺼이 감옥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감옥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개인이 거쳐야 할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단 0.1%만이라도 감옥에 갈 것을 결심한다면 민주주의는 마침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감옥에 갇힌바 되었다가 십자가에 죽어 가장 무력한 것처럼 보였지만 부활하여 사랑과 정의의 빛으로 세상 권세와 불의를 이기셨습니다.
나는 또한 우리 모두가 자신이 처한 처지를 훌훌 벗어 던지고 민주투쟁의 대열에 사심없이 합류하여 조직적인 연대투쟁을 전개한다면 독재의 암흑은 마침내 걷히고 민주주의는 이룩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부활은 바로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민주주의 없이는 우리 모두는 죽은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하나님은 정의의 편에 계시며 또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줄 나는 믿습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나의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을 알렸을 뿐입니다. 나는 그 언젠가 국민과 더불어 민주주의 만세를 목이 터져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하여 나는 나에게 주어진 고난의 길을 갈 것입니다.
1983년 6월 9일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