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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더워터 개자식이라니


골더워터 개자식이라니


    6월 하순 내가 미국에 도착하니 벌써 선거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댈러스의 비극으로 케네디가 서거한 후 그 뒤를 이은 존슨을 백악관에 눌러 앉히느냐 아니면 광적이라 할만큼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공화당의 골더워터를 백악관에 앉히느냐 하는 1964년의 선거전은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지명 전당대회를 계기로 불붙기 시작했다. 현대통령 존슨이 애틀랜틱시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의 지명을 받을 것은 예상됐던 일이었으나 골더워터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것도 883표 대 214표로 스크랜튼을 거뜬히 물리치고 지명된 것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것은 미국 여론이 압도적으로 골더워터를 싫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미국 같은 여론국가에서 신문, 방송, TV 등 매스컴의 영향력은 굉장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골더워터는 매스컴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고도 지명전에서 승리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선거법에 걸리고도 남을 만큼 기자들은 골더워터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를 쓰고, 또 말하곤 했다. 샌프란시스코대회가 골더워터 승리로 끝난 뒤 TV 기자들의 대회총평 좌담회를 보았다. 여기에 등장한 기자들은 이례적으로 승리자를 지독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교묘한 방법으로 당을 집어먹었다', '일종의 쿠데타이다',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대회가 끝나고 히틀러 만세를 부르지 않은 것이다' 등 기자들은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최악의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기자들은 심지어 골더워터와 스크랜튼 부인의 인물평까지 하고 스크랜튼 부인이 골더워터 부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인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골더워터를 택하느냐 스크랜튼을 택하느냐는 문제에 중립을 지켜온 것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그의 발언은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크는 지명대회가 끝날 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데 기자들은 '저렇게 우유부단한 사람이 어떻게 2차대전 당시 유럽연합군 총사령관으로 백만대군을 지휘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이 일이 아니라도 아이젠하워 장군은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선거전에 있어서 미국사람들은 광적이었다. 생각하면 행동하는 국민인지 모른다. 7월 9일부터 16일까지 공화당 지명대회가 열리는 동안 정치광들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골더워터 반대자의 반대운동은 확실히 쇼였다. 플랭카드를 들고 외치는 것은 괜찮은데 거리에서 북을 치면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골더워터 성토를 벌이고 있는 것은 우습고도 놀라웠다. 이 '거리의 쇼'는 애틀란틱에서 민주당지명대회가 열리고 있을 때 보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가두의 약장수 선전 같은 꼴이었다. 미국 시민들은 역시 우리나라의 그러한 약장수 구경하듯 옹기종기 모여서 듣다가는 흩어지곤 할뿐이었다. 골더워터 지지파에서 시비를 거는 일도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대회 주변에서는 골더워터 지지 데모대와 스크랜튼 지지 데모대가 충돌까지 한 일이 있었다. 어쨌든 상원의원인 골더워터는 보수주의의 깃발을 들고 백악관으로 향하는 제1관문인 지명전에 승리해서 민주당의 존슨과 대결 선거전에 나섰다. 물론 그에 대한 광적인 지지자도 많았다. 특히 그는 정치적 기반을 흑인박해가 심한 남부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극단적 보수주의자 골더워터를 반대하는 분위기는 더욱 극단적이었다.

    "골더워터가 당선되면 나는 미국에 살지 않고 이민갈 테야."
    "저놈은 골더워터 지지자로군."
    이런 말이 선거기간 중 시민들 사이에 오갔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국무성의 호의로 여자안내원을 앞세우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구경했는데 안내원 여자는 공화당원이라면서 골더워터 욕만 하고 있었다. 그는 골더워터가 미워 투표에도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태운 차를 운전하면서 어쩌다가 앞차가 성가시게 방해를 하면 "제기랄, 저놈의 차에 탄 인간은 골더워터 지지자가 틀림없겠군! 받아버릴까?"하고 투덜대었다. 기분이 나빠도, 재수가 없어도 조상탓이 아닌 골더워터 탓으로 돌리곤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어느 옥상에는 '거품처럼 사라져라, 골더워터!'라는 플랭카드 간판이 크게 붙어 있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 교외의 어느 산비탈에는 '골더워터 개자식!'이라고 페인트로 크게 새겨두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글자의 크기가 얼마나 컸던지 샌프란시스코 비행장에 내리자 멀리서 눈에 뜨이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우자면 산을 깎아야 할 판이었다.

    미국의 선거풍경 중에 한국의 것과 색다르게 눈에 띄는 것은 이뿐만은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은 그것을 표시하는 표지를 옷이나 모자에 하고 다녔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또 자동차에 '존슨을 지지한다' 혹은 '골더워터를 지지한다'는 표지를 해가지고 다녔다. 미국 시민들은 그들의 정치의사를 이와 같이 양성화한다. 정치에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한편 박해없는 정치활동의 완전한 자유보장이 부러울 정도다.

    집권당의 야당에 대한 박해와 권력기관의 친야인사에 대한 핍박이 예사로 횡행하는 우리의 정치풍토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꿈속의 일 같이만 느껴지는 것이다. 의사표시의 자유가 100% 보장되는 이와 같은 정치작풍이 형성되지 않는 한 여론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민주정치의 구현은 바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어 마음 한구석이 우울해짐을 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