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새정부를 출범시키고 ‘신한국 창조’를 위한 변화와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개혁으로 우리 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몰라보게 높아졌습니다. 세계는 우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1 년 동안에 실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 동안 변화와 개혁에 동참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는 변화와 개혁의 2 차 연도입니다. 지난해의 성과를 다지면서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는 해입니다.
작년 말, 7 년을 끌어오던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세계는 무한경쟁시대에 들어갔습니다. 세계화와 국제경쟁은 이제 더 이상 사치스런 말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물 안의 좁은 시야를 온 세계를 향한 넓은 시야로 바꾸어야 합니다.
경쟁에서 이긴 나라가 세계사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경쟁에서 탈락한 나라는 살아 남기조차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사의 거센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올해의 과제입니다.
저는 새해의 국정목표를 ‘국가경쟁력의 강화’에 두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국정목표를 설정하면서,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개혁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고 변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개혁의 경쟁시대입니다. 우리도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능률과 생산성의 혁신이 일어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국제화와 미래지향을 가로막는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를 지속적으로 청산해 나가야 합니다. 달라진 국제질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정부 스스로가 높은 비용, 낮은 능률을 해소해 나가는 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국민이 실생활 속에서 개혁과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생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시민의 불편을 덜어 주고, 소외된 사람을 찾아 나서는, 봉사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변해야 합니다. 국가와 사회의 전환기에 정치권은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구심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지난날과 같은 정치행태로는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정치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고는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없습니다. 변화하는 세계를 호흡하고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정치를 국민은 고대하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이끄는 정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는 경쟁력 있는 정치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는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정치가 소망스럽습니다. 교육·교통·환경·치안 등 시민의 고통을 해소하는 생활정치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정책 대결, 대안경쟁이 중심이 되는 정치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집단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정치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정치권 스스로에 의한 정치 개혁이 모든 개혁에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깨끗한 정치, 돈 안 쓰는 정치를 확고히 정착시켜야 합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정치개혁 관련 법안이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신경제 5 개년계획’의 착실한 추진을 통하여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습니다.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확충, 국토의 균형 발전,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완화, 과학기술의 개발이 당면한 정책과제입니다.
우리 경제는 곳곳에서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동서로, 남북으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강화를 위해서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민간자본이 적극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간 발전의 불균형을 획기적으로 시정하겠습니다. 이것은 저의 오래된 의지요, 결의입니다.
저의 임기 중에 지역간 격차의 시정을 위한 돌파구와 터전을 반드시 마련할 것입니다. 이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수 있도록 종합대책과 실행계획을 마련할 것을 새 경제팀에 지시해 놓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그 골격을 국민 앞에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풍토라야 튼튼한 기업이 자랄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규제가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만큼, 개혁 차원에서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겠습니다.
정부는 이미 ‘규제완화 점검단’을 발족하여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방만한 운영을 해 왔거나, 더 이상 국가가 경영할 필요가 없는 공기업도 절반 이상을 대폭 정비하여 통폐합하거나 민영화할 것입니다.
기술개발 없이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는 없습니다. 새해에는 보다 과감한 과학기술 진흥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신소재, 정밀화학,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산업현장의 기존 기술 하나하나도 혁신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정보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를 늘리고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그리고 활력 있는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임금을 안정시키고 금리와 땅값을 더 낮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토지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위한 상업차관을 비롯한 외자도입의 문호를 더욱 확대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에 대처해야 합니다. 예컨대 환경문제는 이미 나라 안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앞으로 다가올 환경 라운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셋째,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과 농어촌, 농수산업 문제에 대처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지난해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의 타결로 우리 농수산업과 농어촌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농어민들이 느끼고 있는 충격과 좌절감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저의 아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련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약속한대로 42 조원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을 3 년 앞당기고, 이 사업이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방식으로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안에 농어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세를 신설해서 매년 1 조 5 천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고, 앞으로 10 년간 이를 농어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습니다.
저는 농어촌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청와대에 농수산비서실을 설치했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 자문기관인 ‘농어촌 발전위원회’도 발족시키겠습니다.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농어촌 생활환경 혁신을 위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금년 상반기 중에 마련하겠습니다. 농어민과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농어촌발전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여, 농어촌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고향인 농어촌을 지키고 살려 나갈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교육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최종적으로 사람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교육은 인간교육과 함께 세계화와 개방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양성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교육개혁은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과 변화의 중심에 위치할 것입니다. 정부는 과학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산업현장의 인력수요에 부응하는 직업교육, 기술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곧 발족할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가 종합적인 교육개혁안을 마련하고, 교육 현장과 힘을 합쳐 착실하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의 5 천년 문화를 국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합니다. 홍익인간의 정신은 우리 민족문화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 아래, 우리 문화를 키우고 일으켜야 합니다.
올해는 서울 정도 6 백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 방문의 해’ ‘국악의 해’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섯째, 사회 전반의 국제화와 세계화를 위해 대담한 시책을 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수동적 세계화가 아니라 능동적 개방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운은 남에 의해 결정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의해 개척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 나라의 세계화 정도는 경제력, 군사력, 문화수준과 함께 국력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자율화, 개방화, 그리고 합리화를 말합니다. 세계와 더불어 당당히 협력하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민의식의 세계화, 능력의 세계화, 제도의 세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계화는 중앙과 지방에서 다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세계화에 대한 실천 계획이 힘차게 추진되기를 기대합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실리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지구상의 어디라도 달려갈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세계의 평화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하여, 우리에게 맡겨진 역할을 슬기롭게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경제와 통상 분야의 외교 역량을 강화하여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 달라진 국제통상 환경에 적극 대응할 것입니다.
여섯째, 올해에 저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토대를 닦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문제는 7 천만 겨레의 생존이 걸린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에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측은 이제라도 한반도 문제를 남북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올바른 자세로 나와야 합니다. 저는 북한측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밖에서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남북대화를 통해 민족 내부에서 지원받는 것이 정도라는 것을 깨닫기 바랍니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남북간의 실질적인 관계는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입니다. 다행히 북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금명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성급한 낙관은 금물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폐쇄적 고립정책은 그들의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될 뿐이라는 점을 북한도 점차 분명히 인식할 것으로 봅니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북한도 세계화에 동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하루속히 개혁과 개방의 추세에 동참한다면 우리 민족 전체의 세계화를 그만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저는 또한 대통령으로서 국가안보에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업무를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군의 개혁과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어떠한 도발도 막아낼 수 있는 안보태세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부정부패의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지만, 국군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우리 국군에게 온 국민의 성원과 격려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이 추운 겨울, 휴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와 같은 올해의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각별한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
저는 먼저 기업인 여러분에게 당부 드립니다. 세계화·국제화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쟁 주체는 바로 기업입니다. 정부는 우리 나라를 기업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밑받침을 다할 것입니다. 그 대신 여러분은 보다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 그리고 시장개발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경제전쟁은 곧 품질의 경쟁입니다. 기업인 여러분은 세계 제일을 목표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주십시오.
노사화합 없이 경쟁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경제성장이 근로자의 땀으로 이룩되었듯이, 내일의 국제경쟁력도 근로자의 결의와 참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노사가 화합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고, 경제가 살아야 네 몫, 내 몫이 있습니다. 저는 올해를 노사분규가 없는 한 해로 만들 것을 노사 양측에 제의하고자 합니다. 정부도 고용보험제도를 ’95 년부터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추어 나갈 것입니다.
농어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세계화, 개방화의 높은 파도를 헤쳐 나가는 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땀흘리고 노력해야 합니다. 농어민 단체들도 이제는 새로워져야 합니다.
저는 90 만 공직자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지난해 많은 공직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국민 앞에 재산을 공개했습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여러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야말로 변화와 개혁의 주체입니다. 국제경쟁력의 견인차입니다. 여러분의 각성과 분발이 국가의 진운을 가름합니다.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의 자세를 버리고, 변화와 개혁의 일선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난해에 봉급 동결로 고통을 분담해 주신 여러분과 가족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공무원 보수 현실화 4 개년 계획을 세워 ’97 년까지 국영기업체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킬 것입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당부 드립니다. 21 세기를 향한 앞으로의 몇 년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와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는 신념과 우리는 꼭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나 자신의 도덕적 각성과 시대적 소명의식이 세계화, 개방화의 기초입니다.
우리는 개혁하면서 전진하고, 전진하면서 개혁해야 합니다. 통일을 이루고, 선진국에 진입하여, 아시아·태평양 시대 새문명의 창조를 선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거기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집시다. 영광의 그날을 향하여 다함께 전진합시다.
끝으로, 올해는 유엔이 정한 ‘가정의 해’입니다. 우리 모두 가정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의 훌륭한 가족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모든 가정에 사랑과 보람이 가득 넘치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1994. 1. 6. 1994년 연두기자회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