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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시대와 한국의 신외교


태평양 시대와 한국의 신외교


     존경하는 구평회 의장, 라모스 대통령, 마하티르 총리, 각국 대표,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태평양경제협의회 제 26 차 총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하여 한국을 방문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도록 애써 주신 조직위원회와 관계 인사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태평양경제협의회는 1967 년 창설된 이래 민간차원에서 태평양 지역 국가간의 협력과 교류 증진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고,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는 과정에서 이 지역내의 경제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여기 모이신 경제인 여러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질서는 최근 10 여년 사이에 역사상 유례없는 급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대립과 긴장의 원인이 되어 온 냉전체제와 이념대립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다원적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고히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는 이제 평화, 공존, 공영을 위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단계에서 세계는 또 다른 분쟁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민족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역주의의 조짐이 확산되고 국가간의 무역마찰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구사회주의 국가들은 과거의 통제적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1 세기가 평화와 번영의 세기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민족간 분쟁, 국가간 이해상충, 구체제의 모순 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환기적 상황에 눈을 떠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관을 갖추어야 합니다.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눈을 떠야 합니다. 한 개인은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혁신으로 커가고 원숙해집니다. 한 국가도 변화와 개혁을 해 거듭나야 합니다. 변화와 위험에 두려움 없이 도전해야만 이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나라가 국정을 개혁하고 새로운 외교적 진로를 모색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에는 지난 2 월 변화와 개혁을 통한 ‘신한국 창조’의 기치를 내걸고 32 년만에 문민 민주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총회가 새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큰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러한 기회를 맞아,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새정부의 대외 정책 방향과 한국의 역할에 대한 저의 생각을 밝히고자 합니다.

     새정부는 대외적으로 ‘신외교’를 추진할 것입니다. ‘신외교’는 민주, 자유, 복지,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입니다. 말하자면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 외교입니다. 한국은 이제 시야를 세계와 미래로 넓혀 나갈 것입니다. 어느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선적인 외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전세계를 활동무대로 하는 열린 외교의 새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분쟁과 갈등으로 점철되었던 20 세기를 넘어 보다 밝은 다음 세기를 맞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제평화, 군비통제, 빈곤퇴치 등 범세계적 관심사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지역안보 협력을 추구할 것입니다. 미국을 축으로 하는 양자간 안보협력 체제를 심화, 발전시키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다자간의 안보대화를 추진함으로써 항구적 지역평화의 기틀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공존공영과 화합의 새질서를 창출함으로써 21 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분단 이후 한국의 외교는 남북 분쟁의 포로가 되어 왔습니다. 이제 경쟁은 끝났습니다. ‘신외교’는 한민족 전체의 장래를 위하여 지금의 분단상황 관리, 남북통일, 그리고 통일 이후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은 현재 지역 통합과정을 통하여 평화와 번영, 그리고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도 고립에서 벗어나 개방적으로 새로운 경제·안보 질서에 참여함으로써 민주화와 번영을 촉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세계질서는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질 것입니다. 화해와 협력의 단계, 그리고 남북연합의 단계를 거쳐 1 민족 1 국가의 통일조국을 이룩할 것입니다. 이같은 통일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새정부는 자발적인 국민 동의를 바탕으로 공존공영과 민족복리를 추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기를 결코 원치 않습니다. 바로 이런 뜻에서 북한은 핵문제를 해결하여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참여하여 민족의 자존과 권익을 신장시킨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도 자랑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같은 공존공영과 민족복리의 정신에 따라 지난주 북한에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접촉’을 제안했습니다. 민족과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일차적 책임은 정부 당국에 있습니다. 북한은 당국자간의 대화를 통해 핵문제와 이것에 관련된 모든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사고를 전환하여 핵문제 해결을 시작으로 평화와 번영의 태평양 시대로 눈을 돌리고 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렇게 할 경우, 북한은 경제발전의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에 참여하고 역내 경제질서에 편입하도록 적극 도와줄 것입니다.

     희망과 약속의 21 세기를 앞두고, 이 지역의 모든 국가가 미래를 향한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민족이 이 경쟁에 보조를 같이 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평화를 이루고 협력해야 합니다. 남북한은 더이상 경쟁상대가 아닌 한민족 전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번영을 위한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분단 40 여년 이래 요즘처럼 평화정착과 통일에 유리한 국제환경이 조성된 적이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역사로부터 우리는 영원히 버림을 받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시련을 겪어온 우리 민족이 21 세기가 약속하는 기회마저 놓쳐 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새로운 통일관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태평양 시대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 경제는 지금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개방화와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시장의 개방화를 촉진하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영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또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개방경험과 기술의 적극적인 이전을 통해 지역내 개발도상국과 보다 긴밀한 경제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으며, 이번에 개최되는 ‘태평양 경제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역내 국가간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의 개최를 지지합니다. 한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역내 국가와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금년 8 월 한국에서 열리는 대전 세계박람회는 개발도상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공인 박람회로서, 국제화와 개방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지금 국경의 의미가 퇴색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 모이신 기업인 여러분들은 국경을 초월하여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21 세기에 대비하여 평화와 번영의 새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주역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업인들의 협력체인 태평양 경제협의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 총회가 진정한 상호협력을 모색하는 장으로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