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내일로서 100 일이 됩니다. 100 일 동안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개방했습니다.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의 저 인파는 군사문화 대신에 민주주의 문화가 이 땅에 꽃피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 것입니다. 청와대는 국민의 친근한 이웃이 된 것입니다. 지방 청와대라 불리우던 대통령 혼자만의 전용시설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려 주었습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통령이 문민시대의 대통령상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작정치·밀실정치의 산실이던 안가를 허물고, 그 자리에 시민의 공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문민시대의 정치는 투명하고 또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일터가 되었습니다.
저는 개혁은 ‘위로부터의 개혁’, 즉 대통령의 자기개혁으로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통의 분담도 대통령 자신이 먼저 솔선함으로써만, 국민에게 그것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청와대의 예산을 삭감하고, 식탁부터 간소하게 바꿨습니다. 저는 임기 중 정치자금은 물론 어떠한 명목으로도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그렇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재산을 먼저 국민 앞에 공개함으로써 윗물맑기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이로부터 공직자의 처신에 대한 도덕적 성찰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고 있습니다. 생활과 의식의 엄청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찍이 없었던 사면 복권 조치로 우리의 국력을 소진시키는 대결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힘에 의해 굴절된 정치사에 대한 재조명을 통하여 왜곡된 역사와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규제와 보호의 경제를 참여와 창의의 경제로 바꾸는 ‘신경제’를 하나 하나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변화와 개혁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좌절의 역사’에서 ‘희망의 역사’로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개혁을 통해 무엇인가 이루어낼 수 있다는 자신과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값진 성과입니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개혁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통의 분담을 자청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의 51.6 퍼센트가 부정부패의 근절을 위해서라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국민의 이러한 호응에 커다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국민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성역 없는 부정부패의 척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30 여년 동안 부정부패는 우리 사회의 고질이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제도가 되었고, 관행이 되었습니다. 부정부패의 해결 없이는 ‘신한국’의 창조가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난날의 비리를 잘라냄으로써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세우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썩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부터 작은 아픔을 못이겨 이제 그만 덮어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대통령인 저 자신의 마음이 더 아픕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아픔을 딛고 국민 앞에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의 개혁은 결코 중단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의식과 생활 속에 뿌리내릴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대통령의 정열과 국민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부정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잘살 수 없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개정된 공직자 윤리법은 우리 정치권이 개혁을 스스로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이 곧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는 일을 저는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향해 우리의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태워야 합니다. 저는 아침부터 밤까지 어떻게 하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골몰하고 있습니다. 새정부는 제도개혁과 함께 의식개혁을 통해 온국민이 참여하는 ‘신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선진국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강력한 체질로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근로자와 공무원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됩니다. 이제 기업인들이 나서야 할 차례입니다. 이 땅의 기업인들은 깨끗한 새 기업문화를 세우면서 적극적인 투자의욕으로 ‘신한국’ 건설의 주역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신경제 5 개년 계획’을 마련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제시할 것입니다.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사람에 의해서만 건설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지난날의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고, ‘신교육’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외교 역시 도덕성을 바탕으로 인간화, 민주화, 복지라는 우리 내부에서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대외적으로 확산하는 방향으로 자신있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통일은 7 천만 우리 겨레의 지상과제입니다. 그러나 감상적인 통일 지상주의나 반통일주의 모두 배격해야 합니다. 우리는 통일이 평화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이미 화해와 협력의 단계, 남북연합의 단계, 그리고 1 민족 1 국가를 이루는 3 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공존공영하면서 모든 민족구성원에게 복지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통일조국을 세워 나가고자 합니다. 이 기회를 빌려 우리는 북한을 흡수할 의사도, 그럴 필요도 없음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북한의 핵문제는 한반도와 동북 아시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제 세계적인 문제로 되었습니다.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대와는 결코 악수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우리는 성실한 국제적인 협력과 남북한 당국자간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남북한 당국자들 사이에 대화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투명성이 보장될 때,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며, 공존공영은 구체화될 것입니다. 북한의 2 천만 겨레가 불행하면 우리는 기쁠 수 없으며, 북쪽의 동포가 기뻐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이 선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은 국민이 밑으로부터 받쳐 주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개혁에 대한 단순한 지지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자율적인 국민의 참여와 창의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날과 같은 정부 주도형의 국민운동은 바라지도 않고, 또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국민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개혁운동이 일어나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통령의 개혁과 국민의 의식 개혁, 그리고 법과 제도의 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신명나는 개혁이 됩니다. 저는 국민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의식을 개혁하자는 것입니다.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의 도덕성을 무시하는 타성과 관행으로부터 과감히 전환해야 합니다. 나만을 위한 이기주의에서,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의식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합니다. 공동의 선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둘째, 자신과 소망을 갖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개혁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자는 것입니다. 자신을 갖는 것이야말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고통의 분담을 통한 개혁은 내일 풍요와 보람과 기쁨을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 줄 것입니다.
셋째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개혁을 함께 실천하는 일입니다. 4천만 국민 모두가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국민운동은 국민 각자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혁신과 자기정화를 이룩하는 일입니다. 가깝고 작은 일에서부터 자기자신과 이웃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무작정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것, 생활 주변의 공공질서를 잘 지키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개혁에의 참여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함께 하는 개혁’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선거 때부터 강력한 대통령, 힘있는 정부를 다짐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에게 강력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을 괴롭히는 부정과 불의에 대해 강력하겠다는 것입니다. 폭력범죄와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 강력하겠다는 뜻입니다. 나의 자유가 소중하면 남의 자유도 소중한 것입니다. 국가기강과 질서는 확고하게 서야 합니다.
대통령으로서 저는 이 나라의 法이 법으로서의 존엄성을 갖도록 할 것입니다. ‘신한국’은 국가와 사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스려지는 진정한 ‘법치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100 일 동안 ‘신한국’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습니다. 우리가 건설하려는 ‘신한국’은 정의 속에 하나가 되고,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높은 도덕성을 실현하는 선진국입니다. 7 천만이 하나가 되는 평화적으로 통일된 조국입니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도덕성에서도 세계의 선두대열에 설 수 있는 당당한 나라입니다. 홍익인간의 건국이념과 인본주의의 민족문화가 활짝 펼쳐지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나라, ‘신한국’을 향하여 우리 모두 ‘제 2 의 건국’을 한다는 각오로 함께 전진합시다. 지금 우리는 근세사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개혁의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기회를 그냥 보내면 역사가 우리를 외면할 것입니다. 저에게는 아무런 사심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일할 것입니다. 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일념뿐입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 시대를 자랑스럽게 살겠다는 의욕을 가지십시오. 어떠한 고통도 기꺼이 분담하겠다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