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1995년 연두기자회견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1995년은 지난 시대의 역사를 매듭짓고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를 본격 준비해 나가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민족이 하나되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새 문명을 앞서 이끄는 '21세기 일류국가', 신한국을 건설해야 합니다. 이것이 광복 50주년을 맞는 우리 모두의 결의가 되어야 합니다."

일류국이란 무엇인가? 김대통령은 왜 내일의 국가비전으로 '21세기 일류국가'를 제시하는가?
모두가 일해도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을 지배하는 길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국가라는 집단을 이루고 강한 군대를 만들어 자원이든 영토든 남의 것을 빼앗는 방법으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생존방식은 냉전이 종식되는 20세기 말까지 계속돼 왔습니다. 양차 대전은 식민지 쟁탈을 위한 강대국들의 충돌의 산물이었습니다. 전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가 양 진영으로 분할되었던 냉전 체제는 부국강병 시대의 마지막 결정판이었습니다.

소련의 붕괴로 막을 내린 냉전의 종식은 부국강병의 논리가 더 이상 한 국가의 목표일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국제 정치는 이제 더이상 단순한 힘의 논리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군사력을 타국 지배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한 국가의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의 정도는 그 나라의 군사력의 강약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능력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영토의 확장과 자원의 쟁탈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21세기의 산업 경쟁력은 부존자원과 영토가 아니라 첨단기술과 지식집약적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정보화의 진척정도에 의존합니다.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적 시혜능력과 도덕적 이념적 지도역량이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가 차지하는 지도역량을 결정짓는 시대, 기술과 정보화 수준이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 '21세기 일류국가'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국가비전입니다.

일류국은 강한 국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가지고, 국민은 고소득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국가입니다. 강대국이 정치, 군사적인 힘을 강조하는 반면, 일류국은 경제, 사회, 문화 등 국민 생활의 질을 강조합니다. 강대국이 반드시 일류국은 아닙니다. 물리적인 힘만으로는 일류국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조건은 보다 더 종합적입니다.

일류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군사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국제 정치에서 힘의 논리가 후퇴해가고 있다 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방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둘째 국가 내부에 뛰어난 국가 경영 능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완전한 실현 속에 이루어진 정치적 안정, 시민 자율 능력의 성숙, 효율적이고 투명한 행정 등이 그것입니다.

셋째 튼튼한 경제에 바탕한 높은 수준의 국민소득입니다. 특히 21세기 전략 산업의 중심이 될 첨단기술산업, 지식 집약적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없이는 21세기의 일류국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경제적 풍요 없이는 정치, 사회, 문화의 수준을 높일 수 없으며 자위력을 뒷받침할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류국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회문화적 힘에 바탕을 둔 국민 생활의 질입니다. 풍요로운 문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정비된 사회 복지제도, 건전하고 건강한 시민사회, 자유와 인권의 보장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가 바로 그 사회문화적 조건입니다.

결론적으로 국민들이 국가적 안전과 질서가 보장된 가운데, 정서적인 자유와 경제적 풍요, 기본적 인권을 누리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일류국가입니다.

21세기에 우리는 이러한 일류국가를 건설할 것이며, 우리 민족을 역사의 변방에서 끌어내 세계로 웅비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