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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은 지금부터 반세기전에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합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입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 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는 새로운 모범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합니다. 홍익인간이라는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습니다."

김구 선생의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가리켜 주고 있는 예언자적 통찰입니다. 현대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생존 차원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문화이며, 문화를 빼고는 정치도 경제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부국강병은 더 이상 21세기의 국가비전이 될 수 없습니다. 부국강병론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제국주의와 열강 각축의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파산을 선고받았습니다. 냉전시대의 마감은 이데올로기 시대만이 아니라 그러한 부국강병 경쟁의 시대 역시 끝났음을 더욱 더 분명히 해주었습니다.

이제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지도력도 더 이상 부국강병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시민적 자유가 꽃피고 자유민주주의가 만개한 선진적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일 때만이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오늘의 시대는 철저히 문화의 시대입니다. 우리가 자동차 1백만대를 수출하여 벌어들일 돈을 미국은 '쥬라기 공원'같은 영화 한편으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문화상품이 거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바로 현대인 것이며, 이 문화 분야의 상품경쟁과 판촉경쟁이야말로 21세기 국제경쟁의 핵심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신한국은 '문화의 삶, 인간의 품위가 존중되는 나라,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나라'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바로 문화대국을 목표로 나아가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경제발전이 문화역량과 연계되어 참다운 인간적 삶을 가능케 하고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때 민족과 국가의 존엄성과 긍지가 고양되고 비로소 참된 의미의 국가발전이 이루어집니다. 문화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사회는 활력을 잃고 쇠퇴의 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으로 우리사회를 절대빈곤에서 해방시키는데 성공하고 이제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을 바라볼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이제 국가발전의 개념을 좀 더 포괄적으로 사회문화적 측면까지 수용하는 것으로 보는 새로운 국가비전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