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대통령은 1928년 경상남도 거제군 장목면 외포리라는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조부때부터 어선 10여척 규모의 멸치 어장을 경영하는 비교적 부유한 집안의 1남 5녀 중 외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 김홍조, 어머니 박부련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며 그 역시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김영삼은 외포리에서 간이 학교를 마친 뒤 장목 국민학교 5학년에 편입하면서부터 집을 떠나 외지 생활을 하였습니다. 일제하에서 통영 중학을 다닌 그는 해방 후 부산의 경남중학교 3학년에 편입하였습니다. 이 학교에서 '미래의 대통령'의 꿈을 키웠던 그는 당시 교장이던 안용백 선생의 영향으로 1947년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한편, 해방 후 3년만인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대학 2년 재학 중, 그는 정부수립기념 웅변 대회에 참가해 2등으로 입상, 외무부 장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는 당시 외무부 장관이었던 장택상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6.25 발발 이듬해인 1951년 2월, 학생 김영삼은 서울대학교 동문들과 함께 학도의용군에 지원, 국방부 정훈국 대북방송 담당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9월 어느날, 그는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장택상에게 비서관 직을 제의받고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국회부의장 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정치에 입문하였습니다.

같은해 12월, 이승만 대통령은 피난처인 부산에서 자신의 권력 기반 확보를 위해 자유당을 창당하였습니다. 이듬해인 52년, 이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직선제 개헌안을 강제 통과시킨 '부산 정치 파동'이일어났습니다.

그런 와중인 52년 3월 6일, 그는 마산 문창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손이 귀한 집의 외아들이라 결혼을 서두르라는 집안 의 권유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결혼상대는 이화여자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던 손명순. 집안의 중매로 만난 그녀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5개월에 걸친 만남 끝에 손씨 가족이 다니던 교회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대학 졸업반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해 5월 장택상은 국무총리로 취임하고, 그는 총리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제2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이 재선되었고, 이듬해인 53년 7.27 휴전 협정이 조인됨으로써 한국전쟁은 휴전선이라는 민족의 아픈 상처를 남긴 채 막을 내렸습니다.

1954년, 국회의원 피선거권을 얻은 김영삼은 제3대 총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국회부의장과 국무총리 비서관을 지낸 그는 고향 거제에서 이미 유명한 인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결심에 부친이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아직도 한참 배워야 할 어린 나이에 무슨 국회의원을 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난관이었지만, 부친의 반대는 동네 사람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선거를 얼마 앞두고 그는 자유당 측으로부터 입당 권유를 받았습니다. 3대 선거부터는 정당 입후보 공천제가 실시되었고, 당시 자유당에서는 거제 지구의 공천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현지의 상황이 김영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자유당에서는 그에게 공천을 주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평소 정당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신봉했던 그는 입당을 결단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였습니다. 마침내 5월 20일, 제3대 총선 개표 결과 그는 차점자보다 무려 6,000여 표를 더 획득하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 약관 25세. 이것은 현재까지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김영삼 대통령의 호적상의 나이는 실제보다 1년 빠른 음력 1927년 12월 4일입니다. 여기서는 김대통령의 실제 나이를 기준으로 삼아 서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