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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이미지 복원불가)
     가을이 다가올 즈음이면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어나는 무궁화. 끈질기며 번식력이 강한 무궁화는 우리 겨레의 얼이 담긴 나라꽃(國花)입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꽃]

[일제하의 고난을 이겨냄]

[삶의 뜻이 담겨 있는 무궁화]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꽃


     많고 많은 꽃 중에서도 특별히 무궁화가 우리의 나라꽃으로 정해진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그렇다고 무궁화의 꽃과 줄기가 수많은 각국의 나라꽃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무궁화가 갖는 또 다른 생명력을 이해하기만 한다면, 무궁화가 왜 우리의 나라꽃으로 선택되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궁화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며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고 번식해 나갑니다. 이러한 완강한 자생력이, 우연히 우리 민족의 기나긴 역사 속에 괴어 있는 맥과 얼에 연결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인간들이 자신의 역정과 이상을 되새기며 그에 알맞은 꽃을 선택하여 한 나라의 표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무궁화는 그런 조건에 적합했던 것입니다. 물론 나라마다 나라꽃을 정하는 기준은 각기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그 나라의 기후나 지질, 역사, 문화 등과 관련이 깊은 식물이 나라꽃으로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영국의 나라꽃인 장미는 원래 왕실의 상징이었으나, 일반인에게 널리 사랑받게 되면서 나라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나라꽃인 엉겅퀴는 독특한 유래를 갖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침입하던 바이킹이 엉겅퀴의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적의 침입을 알아챈 스코틀랜드인들이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고, 한낱 잡초에 불과했던 엉겅퀴가 결국 수많은 국민을 구한 공을 세워 나라꽃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나라꽃 무궁화(無窮花)는 1000년이 훨씬 넘는 오랜 동안 우리 민족의 얼과 혼 그 자체였습니다. 무궁화에 관한 오랜 기록은 동진(東晋)의 곽복이란 사람이 쓴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산해경>에는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군자의 나라란 우리나라를 뜻합니다.

     또 중국의 고전인 <고금기(古今記)>에도 '군자의 나라의 지방은 천리인데,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기록에 의하면, 이미 1400여년 전에 우리나라 전역에 무궁화가 자라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제하의 고난을 이겨냄
     무궁화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약 100일동안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웁니다. 낱개의 꽃은 이른 새벽에 피고 저녁에 지기 때문에 날마다 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며칠이 지나면 먼저 핀 꽃은 떨어지고 새로운 꽃이 그 뒤를 이어 피어납니다.

     이처럼 꽃과 꽃이 끝없이 이어 피는 꽃이란 뜻에서 무궁화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특히 학술적으로 무궁화를 부를 때는 학명인 Hibiscus syriacus로 통합니다.

     학명에 '시리아커스(syriacus)'라는 이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시리아가 원산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또 다른 견해를 갖는 학자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어, 인도나 중국이 원산지라는 설도 유력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재배 역사도 상당히 오래 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원산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는 아닐지라도, 과거의 기록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재래종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1910년 이후 일본인들이 전국적으로 무궁화를 없애 버렸기 때문입니다. 한민족 말살에 급급했던 그들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무궁화를 고의적으로 뽑아버린 것입니다.

그 후 1945년, 국권이 회복되면서 국기(國旗)가 제정되자 국기봉을 무궁화의 꽃봉오리로 정하였으며, 다섯갈래 꽃잎인 무궁화를 정부를 상징하는 표장으로 삼았습니다.

아욱과에 속하는 무궁화는 추위에 강한 낙엽활엽수로서, 키는 3m까지 자랍니다. 어린 가지에는 잔털이 많으나 자라면서 점점 없어지고, 달걀 모양의 잎은 줄기마디에서 어긋나게 나옵니다. 잎 가장자리는 대개 3개로 얕게 갈라져서 무딘 톱니처럼 보입니다.


삶의 뜻이 담겨 있는 무궁화


     무궁화가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꽃의 강건함과 순수한 아름다움 때문일 것입니다. '유여동차언여무화'라는 시(詩)가 있습니다. '여인과 함께 수레를 탔는데, 그 여인의 얼굴이 무궁화같았다'는 뜻입니다. 또 학명의 '히비스커스(hibiscus)'는 이집트의 히비스 신처럼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무궁화의 영어명은 '로즈 오브 샤론(rose of sharon)'으로 통합니다. 샤론은 가나안의 복지(福地)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을 말하는데, 무궁화는 가장 복받은 땅인 샤론에 핀 장미라고 생각된 것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찬사에 비해, 어떤 선인은 아침에 화사하게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무궁화를 보고, '可燐榮落在朝昏'이라 하였습니다. '이른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짐이 가련하다.'는 뜻입니다. 이글의 본뜻은 무궁화의 생태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을 비유한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무궁화라는 꽃의 영락은 그 생태와 함께 인간 삶의 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할수록 깊은 뜻을 갖춘 강한 생명의 꽃인 것입니다.